[머니투데이] 3주 걸리던 반도체 배치설계 1분만에 '뚝딱'…초격차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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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무선 이어폰 전성시대'다. 최근 길거리, 버스·지하철 등에서 귀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이어폰을 꽂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가 1.0 버전에서 5.0 버전으로 진화하면서 '연결성·편리성'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나타난 모습이다.
하지만 이 기술 발전 이면에 블루투스 기기 안에 넣는 아날로그 반도체 배치설계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을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최근 포스텍(옛 포항공대) LG동에서 만난 김병섭 교수는 "블루투스 이어폰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쓰는 휴대용 USB 메모리, 스마트폰 나아가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반도체칩에 트렌지스터를 어떻게 잘 배치되도록 설계하는냐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며
"우리가 개발한 자동화 설계 기술이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업계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R&D(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레이아웃(Layout·배치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한 아날로그 IP(설계자산) 중개연구단'(이하 아날로그 IP 중개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R&D 사업은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초·원천연구성과를 기업 수요에 맞게 기술성숙도(TRL)를 높여 민간에 이전·사업화를 돕는 것으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87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아날로그 IP 중개연구단에는 84억원이 투입된다.
아날로그 IP 중개연구단엔 포스텍을 비롯해 금오공대, 인하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인 원세미콘, 에스엠디에스피, 해치텍, 솔리드뷰, VSI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날로그 반도체 배치설계 기술은 수출 효자상품인 D램과 플래시 메모리뿐만 아니라 컴퓨터·서버 등의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AP, 이미지센서 등의
거의 모든 반도체의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고객 유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업계에선 아날로그 반도체 배치설계에 따른 생산성 문제가 첨예한 화두다. 아날로그 반도체 배치설계는 마치 건축물의 설계도면과 유사하다.
반도체를 이루는 트랜지스터를 주어진 칩 면적에 맞춰 효율적으로 배치해 목표한 성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에는 CPU 하나당 트랜지스터가 약 10억개가 넘아갈 정도록 칩이 복잡해져 배치설계의 작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를 지금까지는 몇 안 되는 전문인력이 컴퓨터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수많은 기하학적 도면을 설계한 수치에 따라 수작업으로 그려 완성했다.
이 작업에 보통 2~3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면서 배치설계 역시도 더욱 복잡해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개발 시간, 비용, 인력도 추가로 늘고 있다.
김 교수팀은 아날로그 반도체 배치설계 상당부분을 자동화하는 SW를 최근 개발했다. 선행연구에서 연구팀은 약 2~3주 가량 걸리는 배치설계를 단 1분 이내로 단축시켰다.
그는 "산업계는 대부분 대학원 수준의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은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새로운 반도체 제품 개발이 늦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대기업·중견·중소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IP 중개연구단은 배치설계 자동화 SW을 다른 분야에도 활용하고 있다.
포스텍은 원세미콘과 함께 D램 모듈의 핵심부품으로 메모리 인터페이스용 RCD(레지스터클럭드라이버) 설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버용 메모리 모듈 시장은 매년 15%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전세계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제품의 핵심인 RCD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급 상황에 따라 국내 모듈생산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원세미콘은 배치설계 자동화 SW를 활용해 RCD를 빠르게 국산화하는 것은 물론 서버용 메모리 모듈 성능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다.
원세미콘 관계자는 "DDR4 RCD를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DDR5 RCD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금오공대팀은 에스엠디에스피와 함께 고성능 디스플레이용 인터페이스 설계 기술를 개발하고 있으며 인하대와 해치택은 차량용 센서 인터페이스 설계 기술을,
UNIST와 솔리드뷰는 라이다(LiDAR) 설계 기술을, GIST와 VSI는 차량용 초고속 링크 설계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김 교수는 "이 기술들은 하나같이 국내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 기술이면서 아직 국산화가 되지 않아, 언제든지 '반도체 안보' 문제를 겪을 수 있는 기술들"이라며
"세계적으로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중개연구단을 통한 앞선 기술 확보와 선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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